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누죽걸산)!!! 〈 체험수기〉
인천광역시중구파크골프협회장 이근형
2014년 9월 1일 36년 3개월의 교직생활을 마치자마자 인생 2모작을 위해 60여 년 동안 살아왔던 정든 고향을 멀리하고 인천 영종도로 이사하였다.
○○골프고등학교 골프 감독교사직을 13년 동안 수행하면서 즐기고 익혔던 골프를 정년 후에도 계속 이어가고자 세계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영종도 소재 스카이72 드림골프연습장에 취업하였다. 일도 하면서, 열심히 골프를 즐기던 중 대학생활부터 교직생활까지 40년 넘게 함께 생활하면서 친형처럼 모셨던 선배님의 간곡한 권유로 파크골프를 만나게 되었다.
2016년 9월 중순경 선배님의 초청을 받아 아들과 함께 63빌딩 앞 한강파크골프장을 찾아갔다. 파크골프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체험도 전혀 없는데 선배님께서 빌려주신 채와 공으로 안전망을 향해 10여회 연습을 한 후 라운드를 하게 되었다. 당시 파크골프대회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계신 영등포파크골프협회 회원님과 함께 라운드를 하는 커다란 영광도 갖게 되었다.
선배님의 초청 라운드 후 귀가 길에 나의 뇌리를 번쩍 스치면서 무릎을 치는 순간이 왔다.
“그래! 맞아! 지금부터 남은 인생 동안 아내와 함께 파크골프를 하며 건강과 행복을 누리자.”며 다짐하였다.
골프감독교사직을 수행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국내․외의 수많은 골프장을 누비며 하․동계 훈련을 통해 싫증이 나도록 골프를 했으면서도, 외벌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로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해 주어야할 아내에게 골프를 접하지 못하게 했던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다음 날 당장 아내에게 골프채를 2개를 주문하자고 했다. 집안 살림만 걱정하는 아내는 “우선 하나만 사가지고 연습해보고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되면 그 때 가서 2개를 사자”고 했지만 마음이 변하기 전에 강행했다.
그러나 고민이 생겼다. 당장 파크골프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영종도에는 파크골프장이 없어서 어디로 다녀야할지 걱정만 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 집을 짓기 위해 자문 받으러간 부동산 사무실에 걸려 있는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파크골프장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행운이었다.
2016년 10월 13일 드디어 파크골프를 시작하기 위해 지도상에 나타나 있는 영종파크골프장을 찾아 나섰지만 발견이 되지 않았다.
인천시 중구청에 전화로 확인해 봤지만 “파크골프가 무슨 운동이에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며 모른다고 갖은 변명을 하는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한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4번째 통화를 하게 된 공무원에게서 확실한 위치를 알게 되었지만 사용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용하라는 행정적인 절차는 또 다시 불편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렇지만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참아야 했다. 건설한 지 4년이 지나도록 굳게 문을 닫아 두어 잡초만 무성한 파크골프장을 우리 부부는 우선 청소부터 시작하였고, 시설 하나 하나를 정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심 한 가운데 5,000평이 넘는 부지 위에 멋진 조경과 각종 시설물을 설치해 놓은 골프장에서 우리 부부만 운동하기에는 너무나 호화스럽고 낭비였다. 가장 먼저 친구를 설득해 셋이서 동호회를 만들어 영종도 주민을 위한 골프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셋이서 라운드 하는 모습을 힐끔 힐끔 쳐다만 보고 지나가는 사람만 있었지 관심을 갖고 찾아오지 않았다. 몰래 월담하여 일반 골프채를 들고 들어와 잔디를 훼손하는 젊은 불청객만 있었고, 이 들을 몰아내면서 말다툼하기 일쑤였다.
파크골프장 입구에 회원모집 플랫카드를 걸어도, 24,000명이 넘는 카페에 글을 올려 홍보를 해봐도, 지역신문에 4차에 걸친 홍보 기고문을 써 봐도 1년이 지났건만 회원은 10명이 되지 않았다.
“국가기관을 이용해야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힘만 들어요. 나이 든 당신을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 동사무소를 찾아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개설해 보세요.” 그만두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아내가 이런 제안을 해주었다.
용기를 내어 바로 영종동 주민자치위원장을 찾아갔으나 만나주지도 않았고, 실무자의 입에서는 갖은 핑계, 연말이어서 강사 수당이 없다는 예산타령만 하였다.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 촌놈이 객지에 올라와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좀 하겠다는데 텃세하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여보시오! 지역주민이 주민자치위원장을 좀 만나자는데 왜 피합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 주민에게 좋은 프로그램이면 개설해야지요. 오늘 중으로 만나주지 않으면 주민자치위원장 가만두지 않을 테니 분명히 전하세요.”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며 문을 박차고 나오자 10분도 되지 않아 주민자치위원장의 전화가 왔다. 파크골프가 왜 주민들에게 필요한가를 역설하자 즉석에서 2017년 4/4분기 주민자치센터 파크골프강좌를 개설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프로그램은 개설되었지만 겨울철로 접어들고 나이 드신 분들이 나오셔야 되는데 수강생 모집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각종 카페와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프로그램 홍보에 나섰다. 다행히 정원20명의 2/3를 채웠다. 수강생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아내의 제안은 적중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국가기관이 인정하는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쉽게 믿고 따른다는 것을 실감했다.
“늙어서 아내 말 잘 들어서 손해볼일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혼신의 힘을 쏟아 지도하는 것만이 파크골프란 운동의 필요성을 주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매주 목요일 2시간만 지도하면 수당도 받고 강사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었지만 나의 도움이 더 필요로 하는 수강생에게는 주말도 무시하고 매일 나오시도록 하여 레슨을 해드렸다. 지역주민들께서는 파크골프가 건강과 여가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는지 개강 이후 폐강 한 번 없이 벌써 8기 수강생이 입학하여 무더위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스윙연습에 전념하고 있다.
이제 직장생활을 접고 강사생활에만 전념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직장생활, 중구파크골프협회장 그리고 1주일에 6개의 파크골프 강좌를 담당하기에는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처지다. 나의 욕심과 착각인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나의 도움이 아직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자치센터에 제안해 심혈을 기울여 개설한 “엄마와 함께하는 어린이 파크골프교실” 강좌와 지적장애인을 위한 강좌 등에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받기 위해 찾아오시는 수강생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른거려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고, 강의에 필요한 도구조차 가끔 빠뜨리고 다니는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지켜 본 아내는 수당도 없는 보조강사를 자처하면서 바늘 가는데 실처럼 매일 따라다니며 내조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누죽걸산”을 파크골프의 좌우명으로 여기며, 우리 부부는 “누죽걸산”이라는 사자성어를 크게 외치면서 “엄마! 파크골프장 선생님 보고 싶어요!”응석부리는 어린이들과 매주 화요일만 되면 “선생님! 파크골프하고 싶어요!”라며 졸라대는 지적 장애인들의 강의를 위해 힘찬 발걸음으로 오늘도 파크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파크골프와 중구파크골프회원님 그리고 수강생들과의 만남은 귀한 인연이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여기며, 미력한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인천중구파크골프협회 발전과 수강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