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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기
이름   서은숙    |    작성일   2019-07-04 11:00:11    |    조회수   841

<체험수기-파골미> 

 

8년째 배드민턴을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도로의 파인 부분에 다리가 꺾여 오른쪽 발목 뒷꿈치 인대 두 대가 나갔고,

발목 바깥쪽 힘줄들이 심하게 늘어져 대 수술을 했다. 

수술 후 6개월쯤 지나서, 발목에 스포츠테이프를 8자로 감고,

발목 아대를 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는데 몸에 몹시 무리가 갔다. 

그도 그럴 것이 6개월 운동을 안했으니 몸이 많이 불어난 상태였고,

나이도 60줄에 가까웠으니 당연 발에 압력이 컸을 것이다.

언제까지 뛰어다니며 격한 운동을 할 수는 없었다.

수영을 해볼까?

탁구를 해볼까?

요가를?

자전거를?

휘트니스를?

안내를 받으러 부지런히 다녀 봐도 입맛에 맞는 운동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나의 이런 맘을 알기라도 하듯 배드민턴을 같이 하던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본인 또한 명년이 60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 틀림없다.

파크골프라는 것을 같이 해보자, 해보니 재미있더라한다.

나의 편견에골프라는 말이 좀 거슬렸다.

골프는 평생 안하겠다고 서약까지 한 사람인데 골프는 싫습니다.

그런데 파크는 뭐 무슨 뜻인지 알겠고, 골프라 하니 그거 브르조아 운동 아니유?”

언니는 깔깔 웃으며, 그런 거 아니라고, 일단 한 번 가서 해보고 결정해라 한다.

두 시간에 2,200, 파크골프채 두 시간 대여료 1,100.

도합 3,300원을 계산하고, 기본 샷과 퍼팅 기술을 배우고 라운딩을 시작했는데,

채를 든 순간부터 이미 나는 결정을 끝내가고 있었다.

나에게 딱 맞는 맞춤운동이 바로 파크골프라는 걸.

휴장인 월요일을 빼고는 2시 퇴근 후 매일 파크골프장으로 갔다.

이때 생긴 별명이 <파골미-파크골프에 미친 여자>이다.

기회가 되어 파크골프 준 지도자 3급에 도전했고, 자격증도 땄다.

겨울 3개월 동안 구장이 휴장에 들어갔는데, 미친여자는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다.

운동을 계속 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날로 목이 탔다.

겨울동안 휴장하지 않는 다른 구장들을 열심히 찾아 다녔다.

김포 은여울로, 당진으로, 영종, 신길로 여기저기 물어 물어서.

발목 아대도 풀었다. 처음엔 하루 두 시간 라운딩 하다가, 4시간으로 늘렸고, 이젠 종일을 라운딩해도  

발목이 편하다. 

푹신한 잔디를 밟으며 다니니 다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았고, 행여 발목이 삐끗할까봐 바닥에  

넙죽 깔리는 신발만 신었는데, 이제는 10센티 높은 신발도 거뜬하다.  

파크골프에 제대로 미쳐보고 싶어서 직장도 그만뒀다.

일이 없으면 거의 종일을 파크골프장에서 지낸다.

정보만 있다면 가능한 전국의 모든 대회에 참가하려고 노력도 했다.

그래서 충주생활체전에도 참가했고, 문경대회, 담양대회, 밀양대회, 춘천 혼성대회 등에도 출전했다.

파크골프를 하고 나서부터는 매주 일요일, 동네 둘레길 등산도 4-5시간씩 한다.

제일 큰 보너스는 4키로나 살이 빠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마다, 새까맣게 탄 내 얼굴과 몸상태를 보며,

어디 아팠어? 간이 안 좋아? 몸은 왜그리 말랐어?”한다.

입던 옷이 마대자루 같아졌을 때, 줄이고 다시 사야 된다는 부담감보다는

얏호! 여자에게 그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파크골프를 시작하고 겨울을 났고, 봄을 만났고, 이제 여름이 온다.

버리기 아까운 옷들을 전부 수선하고, 새로 사서 단을 줄이는 작업을 아마도 

 세 달 동안은 했던 것 같다. 

세탁소 아주머니는 아마도 내가 가진 옷의 전부를 알 것이다.

배드민턴을 같이 했던 친구들은 말한다.

발목 아프다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발속에 아주 작은 못을 박아서 주변의 너덜해진 심줄들을 전부 묶어 고정했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가끔 쥐나고 찌릿찌릿 전기가 일어나는 현상은 당연하지만,  

뛰지 않는 운동이라면 이제는 모두 소화가 가능해졌다. 

오래 앉아있거나, 종일을 서 있어서 다리가 부었을 때를 빼 놓고는, 절뚝거리며 다니는 이상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파크골프계에 나를 인도한 그 언니를 고마워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고,  

좋은 것이라면 당연 좋은 사람에게 권해야 한다는 평소의 진리를 친한 친구들에게 열정을 다하여 전한다.

나 자신이무엇에 빠져 미쳐있더라는 말을 하는 지인들 모두에게는 온 몸으로 말하는 전도이고 

, 해보니 좋더라는 말은 파크골프를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친구들은 내 열정에 늘 탄복한다.

나는 요즘 파크골프를 하지 않으면 나랑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까지도 한다.

협박이 아니라 그건 사실이다.

파크골프를 같이 하는 사람과만 밥 먹고, 차 마시고, 드라이브하며, 라운딩 한다.

최근에 민턴 친구들이 파크골프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러다 배드민턴 5, 60대 선수들 다 없어지는건 아닌지, 배드민턴 협회장님이 나를 미워할지 모르지만, 

 나이와 몸에 맞는 운동이 건강에도 좋은 것 아닌가?  

파크골프를 만나서 나는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노인이어서가 아니고 흔히 말하는 육체적 약자들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니,  

파크골프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인천 연수 선학클럽 서 은숙 2019.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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